7조짜리 '은밀한 시장', 언제까지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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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밖이라면 걸음을 멈추고 둘러보자. 당신이 사는 곳에는 얼마나 많은 여성이 착취당하고 있는가. 신경 쓰고 세세히 봐야만 겨우 보인다. 룸살롱, 오피스텔뿐 아니라 학원 건물에 있는 마사지 업소, 낮에는 멀쩡히 영업하다가 밤이면 보도차(성매매 알선 차량)를 부르는 노래방, '여우', '여비서' 등 수상한 이름의 맥주·양주집, 귀청소방, 키스방, 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조건만남까지. 성매매는 일상 곳곳에 공기처럼 있다.
 
표면적으로 보기엔 일종의 거래를 하는 듯하다. 여성은 돈을 받고, 남성은 성욕을 충족시킨다. 하지만 그 위에는 남성이 지배하는 구조가 있다. 알선업자 남성이 성구매자 남성에게 여성을 파는 구조인 것이다. 여기에서 여성은 노동주체가 아니라 상품으로 취급당한다. 성노동이 아니라 성착취라고 하는 이유이다.
 
2010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매매 산업 규모는 6조 8604억 원가량이다. 성매매 업소 후기 사이트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2018년 8월 12일 기준으로 구글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대형 사이트가 9개 있고, 페이지마다 성매매업소 광고 배너가 즐비하다. 사이트의 올라온 후기 수는 적으면 3만여 개, 많으면 9만 4천여 개이다. 누군가 홈페이지를 정기적으로 신고를 해도 운영자들은 주소를 조금씩 바꾸어 트위터 계정으로 공지한다.


품평에 '마인드' 평가... 한 사이트에만 하루 50여 개


후기 사이트에는 성판매 여성의 프로필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면서 시작하는 후기들이 대부분이다. '165cm, B컵, 22세, 귀여운 애교쟁이,' '예쁘고 청순한 미모의 언니가 맞아 주네요,' '전체적으로 슬림하고 잘 빠졌습니다.' 마치 자동차의 스펙을 나열하듯 여성의 몸을 평한다. '소아성애가 취향인데 여성이 어리고 하얘서 좋았다'는 종류의 성도착증적 후기도 많다.


품평으로 시작하지 않는 후기는 보통 성매매를 한 자신의 동기를 밝히며 시작한다. '회사에서 서류로 뺨 맞았다. 이런 날에는 이쁜 X들 엉덩이를 치며 기분을 풀어야겠다'와 같이 자신의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여성을 원한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여자친구 얼굴이 바뀐다'는 남학교의 교훈이 겹쳐 보인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보상으로, 또는 안 좋은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여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학생이나 직장인 할 것 없이 사회에 만연한 여체의 상품성이 드러난다.
 
여성의 몸을 평한 후에는 성행위를 세세하고 자극적으로 묘사한다. 자신이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 기분이 어땠는지뿐 아니라 여성이 어떤 신음을 내고 어떤 반응을 했는지까지 상세히 기술한다. 단순한 성욕 해소가 아니다. 여성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 복종하고 순종적인지를 본다. 성매수범들은 '마인드'라는 은어로 성판매 여성의 순종성을 평가하는데, 콘돔 사용을 권유했다고 '마인드'가 안 좋다는 글도 있고, 심지어 강간 콘셉트도 존재한다. 결국 성매매는 남성이 여성 앞에서 자신의 신체를 권위적으로 드러내며 사회에서 쟁취하지 못한 정복욕을 해소하는 행위인 것이다.
 
후기 사이트에는 후기와 더불어 조언이나 질문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여기에서 남성들의 연대는 매우 공고하다. 'XX대 업소녀 이쁜 애들 있는 곳 아시는 분,' '줌마 오는 곳 말고 여관바리(여관에서 하는 성매매의 은어) 괜찮은 곳' 등 주변 업소를 묻는 글이 가장 많다. 해외 원정 성매매 후기에서는 업소를 어떻게 골라야 어리고 예쁜 여성이 나오는지 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성매수범들은 성매매 업소를 대부분 친구와 함께 간다. 성매매 업소를 '친구와 즐기기 좋은 곳'으로 묘사한다. 직장에서 회식이 끝나고 갔다는 후기, 친구의 권유로 처음 가봤다는 후기, 친구를 꾀어서 데리고 갔다는 후기. 이렇게 한 사이트에서만 하루에 약 50여 개의 글이 올라온다.


아빠는, 오빠는, 삼촌은 안 할 거라 믿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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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기준 성매매 산업 규모가 6조 8604억 원이라는 통계. 처음에 접했을 때는 '통계 방식이 현실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우리 아빠는, 사촌오빠는, 삼촌들은 성매매를 하지 않았을 거야'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몇만 개가 올라온 후기 수를 보면, 약 7조 원이라는 통계는 현실을 채 반영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 사람도 누군가에게 성매매를 권유받았을 수도 있겠지, 직장 회식으로 노래방을 가서 '도우미'를 불렀을 수도 있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지 알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는 진실이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그 통계는 정책연구 사이트 프리즘의 저작물 민간 이용 항목에서 비동의를 받았다. 비공개 사유는 샘플링 방식을 사용했고 성산업 자체가 불법이며 통계로서의 신뢰성이 현격히 낮기 때문이었다.


2010년 통계 이후로는 성산업을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찾기 힘들다. 랜덤채팅 조건만남 등 기술발전으로 성매매 산업이 새로 생기고, 건마(건전 마사지), 초건마(초 건전마사지)라는 이름을 달고 유사성행위를 하는 등 성산업은 교묘하게 커졌다. 하지만 지난 8년간 공식적인 통계가 없다. 사회는 이렇게 알고 싶지 않은 진실, 성산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기에 그쳤을 뿐 공공연히 자행되는 불법행위에 대한 수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은 상품으로 교환되고, 남성들은 성매매로 여성의 성을 정복하는 방식으로 남성의 기득권을 공고화한다. 이제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학교 친구, 직장 동료, 가족 등 일상 곳곳에 있는 성매수범들을 찾아 단죄해야 한다. 여성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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