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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다.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임금인상,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를 기념해 세계여성의날이 제정되었다. 해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세계여성의날을 기해 시민으로서의 존중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7년부터 해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3시STOP 조기퇴근시위'를 조직해 온 '3시STOP 공동행동'은 2020년을 맞아 '3시STOP 여성파업'으로 전환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파업대회는 취소되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파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있는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에 문제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전세계 여성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다. 

'3시STOP 공동행동'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분 설문조사 분석과 채용성차별, 최저임금, 직장문화,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5편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구성했다. 이번 글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가 작성했다.[편집자말]
여성노동자 중 74.0%가 직장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내걸고 조직된 '3시STOP공동행동'은 지난 1월 16일부터 2월 25일까지 40일에 걸쳐 온라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404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경험한 것을 모두 골라 달라는 복수응답 질문에 직장 내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에 74.0%(299명)가 응답하여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몇 년을 일해도 항상 최저임금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54.5%(220명), 같은 일을 하는 남자보다 내가 임금을 덜 받는 것 같다 53.5%(216)명,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 45.5%(184명), 가장(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 44.1%(178명) 순으로 나타났다.

 
‘3시STOP공동행동’에서 1,2월에 걸쳐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이다. 404명의 응답자 중 74%가 직장내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3시STOP공동행동’에서 1,2월에 걸쳐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이다. 404명의 응답자 중 74%가 직장내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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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과 비공식적 호칭

이어진 여성노동자로서 겪었던 가장 불편했던 경험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서 이러한 성차별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경험을 말했다. 여성들이 부딪히는 문제는 언어부터 시작이었다. 상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말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정확한 직책과 호칭으로 불리지 못하고 있었다. 공적인 자리에서 만났고, 공적인 업무를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성을 부여받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같은 나이 남성에게는 존댓말을 하는데 나에게는 반말을 한다. 권력이 있다고 나이도 어린데 마구 반말을 하고, 욕이 일상화되어 있다", "거래처 손님이 왔는데 나보고 사모님이라고 함", "나를 호칭할 때 굳이 '여직원'이라 붙이는지 모르겠다. 이름도 직급도 다 아는 사이이지만, 자기가 불편한 내용을 말해야 될 때는 굳이 나를 여직원이라 칭한다."

반말과 비공식적 호칭은 직장에서 여성들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 존중은 언어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공적인 호칭과 존댓말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3시STOP공동행동'은 지적했다.

직장의 꽃은 꾸미고 웃어야, 결국 성희롱으로 이어져

여성들은 업무 외 직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역할할 것을 요구 받는다. 여성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니라 살아있는 장식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여자는 직장의 꽃이니 나긋나긋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 2년 전에 갑자기 당일에 PT하는데 같이 가자고 여자도 한 명 가야 분위기가 밝아진다나?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면서 개인일정에 없던 외부 일정에 따라가야 했다." 등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이는 감정적 통제와 요구로 이어진다. 사근사근함과 애교를 여성의 기본값으로 놓고 개별 특성과 무관하게 집단화하여 사고하며 이를 업무 상황에서 요구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 좀 좋게 하라고 함",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웃으라고 강요당하거나 표정을 지적받음',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상냥하게 애교를 섞어서 말하지 않으면 남자들이 기분 나빠 함", "업체 사장님한테 도면 보내달라고 했더니 애교부려보라고 함."

이런 관념은 여성들로 하여금 꾸밈노동을 당연시하며 이를 요구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화장 안 하고 민낯으로 일하는 여자들 보면 간이 큰 건지 기본이 안 된건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었다.", "화장 안 하면 아파 보인다는 지적받음", "여성스럽게 옷을 입으라고 할 때", "남성들에겐 그렇지 않은데, 유독 나한테만 외모평가를 인사로 함", "살 좀 빼라 결혼 언제하냐 몸매관리 좀 해야지 여자가 그게 뭐냐"

화장과 여성스러운(?) 옷차림을 요구하지만 이에 대한 비용적 보상은 전혀 없다. 끊임없이 외모평가를 받으며 다이어트 권유를 듣는 맥락도 마찬가지이다. 장식품이기 때문에 보기 좋아야 하며 관리하고 꾸밀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이러한 꾸밈노동은 추가적 노동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며 활동성을 제약하고 업무에 지장을 주며 심각한 경우 건강까지 위협한다. 이는 다시 성희롱으로 이어진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동료로서의 존중과 인정 없이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직장에서도 요구되는 가사·돌봄노동

가정에서 여성에게 강요되어 온 가사·돌봄노동은 회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허드렛일이라고 치부되는 사무실 돌봄노동은 여성들에게 요구된다. 회의 등 공적인 경로를 통해 배분된 것도 아닌 일들이 여성에게 요구되며 이 일들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용한 컵 씻는 거, 손님 왔을 때 다과 내놓는 거, 아침에 화병에 물갈고 모든 책상 닦고 이런 게 왜 여사원의 일인지 모르겠음. 신입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대리도 하고 있을 때", "항상 뒷처리나 장소 셋업은 여직원들 차지", "회식자리에서 자꾸만 수저 셋팅을 기대함", "사무실 청소 좀 그만 시키면 좋겠다", "사무실에 필요한 물품(커피, 휴지 등 일상용품) 구입을 여성직원들에게 전담시킴", "사무실로 찾아오시는 손님들 생과일 사오면 솔직히 집어던지고 싶어요. 누구더러 깎으라고 하는지 다들 여성 직원의 손만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말들 뒤에는 꼭 여성이라는 집단화가 따라붙는다. 니가 여자니까, 여자들은 원래, 이런건 여자가 잘하지 이런 식의 말들로 개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을 무시당하고 폄하된다.

"부분의 이유 중 "여자니까" 혹은 "여자라서" 혹은 "여자는" 이라는 말이 붙는다", "여자들은 원래 ~~~한거 아닌가? 연발..", " '이런 건 여자가 잘하지 않아?'라고 성별분업을 공고히 하는 말을 하면서 가사노동이나 섬세한 일들을 떠맡기는 경우가 있음", "남성 기자의 성과는 능력 때문, 여성 기자의 성과는 미모 때문이라는 인식"

여성에 대한 집단화는 여성 노동의 저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업무 분장에서 항상 보조업무로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이는 승진에서의 차별로 이어진다.

"여자가 이런거 하면 위험하다 하시면서 남자들만 일 시킴", "메인 업무는 남상사가 남직원에게만 인수인계해줌으로서 여직원은 항상 보조업무 담당", "여직원은 민원실, 남직원은 주요부서 배정으로 승진에서 밀릴 때"

성차별적 직장문화는 결국 여성이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없애버린다.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꾸밈노동, 감정노동, 돌봄노동 등은 여성에 대한 통제 기제로 작동하여 노동의 저평가로 이어진다. 그 사이 남성들은 라인을 만들어 기존의 권력을 다시 남성 집단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있다.

성별에 따라 만들어진 다른 경로, 성차별적 임금 구조를 완성

통계지표로도 확인되는 임금의 문제는 특히 여성 비정규직에서 심각하다. 2019년 8월 월 평균임금이 여성(202만 원)는 남성(315만원)의 64.1%고, 비정규직(171만 원)은 정규직(31만 원)의 51.8%다. 남성 정규직 임금(369만 원)을 100이라 할 때 남성 비정규직(210만 원)은 56.7%, 여성 정규직(26만 원)은 72.1%, 여성 비정규직(139만 원)은 37.7%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174만 5천 150원이었다.

여성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했다. 특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 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 중 50.8%이다. 통계를 반영하듯 54.5%의 응답자가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53.5%의 응답자는 같은 일을 하는 남자보다 내가 임금을 덜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에서는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임금을 주는 것은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부적으로 다른 직군으로 분류되거나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입사 시 사무보조직 직종으로 분류되어 명칭과. 임금에 차별받고 있음", "일하다 보니 나중에 듣기로 남자와 하는일은 같은데 돈은 내가(여자라서) 적게 받고 있었음", "처음부터 남직원들과 연봉 테이블 자체가 달랐음"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배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출판, 방송 뉴미디어 업계에서는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가 판을 치고 있어요..", "여초 부서 지원 없고 여초 부서 직원들 대부분은 계약직. 그러면서 정규직 전환해주겠단 희망고문으로 강도 높은 업무량 요구", "같은 계약직인데 남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고 그 이후로 난 계속 계약으로만 돌아야 했음"

'최종후보자가 여성만 남게되니 채용 자체가 무산되는', 채용성차별

45.5%가 경험한 채용성차별. 면접 시 물어보는 결혼, 남자친구, 출산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고평법 위반 사항임을 기억해야 한다.

여성들은 삶의 경로를 당연하게 임신과 출산, 육아로 결론지어지게 될 것이라는 발생하지도 않은 결론으로 채용과정에서부터 차별당하고 있었다. 혼성 면접 상황에서 여성에게는 외모나 결남출을 묻고 남성에게는 직무 관련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최종후보자가 여성만 남게되자 채용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면접에서 남자친구/결혼여부 질문의 거의 100프로", "채용과정에서 최종후보자가 모두 여성지원자만 남았는데 그랬더니 채용 자체가 무산됨", "혼성 면접 자리에서 저에게는 남자친구 유무를, 다른 여성지원자에게는 외모지적을 했습니다. 남성지원자에게는 원하는 직무를 물어보더라고요."

이러한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을 여성들은 평생에 걸쳐 경험하고 있었다.

'가장이 아니니', 적은 임금과 승진 배제

2018년 현재 40세 미만 청년층의 맞벌이 가구는 61.6%에 육박하며 2019년 1인 가구 추계는 29.8%로 가구 형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생계부양자라는 이유로 우대받는 현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여성이 가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남성 동료가 결혼을 앞두었다는 이유로 먼저 승진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의 임금은 모두가 각자의 생계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 중 44.1%가 이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이 아니니 급여 조금만 받아도 살림에 보탬되지 않느냐", "반찬값 벌러 나왔냐라는 농담 너무 싫다", "남성인 직장동료는 곧 결혼을 앞뒀다고 승진을 먼저 시켜줌"

'3시STOP 공동행동'은 2월에 3주간에 걸친 감정노동, 꾸밈노동, 독박 가사-돌봄노동 파업을 진행했다.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노동에 대한 거부를 통해 성별임금격차를 만드는 사회 구조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오는 3월 6일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의 개별파업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여성들이 겪는 성별임금격차에 대해 문제제기해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스탑 여성파업 후원하기
: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72543

* 전세계 여성파업 현황보기
: womensglobalstrike.com


태그:#성별임금격차해소, #3시STOP, #여성파업, #POWERUP, #3월6일_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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