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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봉담 페어라이프센터에서 돌봄 정책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지난달 26일 봉담 페어라이프센터에서 돌봄 정책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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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봉담에서 코로나 이후 아동 돌봄에 대한 고민해 보는 이색적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화성시 마을자치센터 주최로 열린 '돌봄 정책 라운드 테이블' 행사로 지난달 26일 봉담에 위치한 페어라이프센터에서 진행됐다.

마을 돌봄 사례로 나선 첫 번째 발표자는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의 '코로나 블랙, 마을에서 길을 잃다, 길을 묻다'였다. 이어 조정아 만세작은도서관 활동가의 '끊어진 길 위에 서는 일상', 김정한 노원구청 아동친화정책팀장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마을 기반 사회적 돌봄', 유은희 마을공동체 마션 테이블 대표의 '멈춰버린 일상, 마을 밥상이 마을을 만들다', 김유라, 이시원 페어라이프센터 집밥학교팀 활동가의 '코로나 블랙, 마을에서 길 찾기, 집밥 학교에서 동네 언니까지'라는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2부 토론에서는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재난 속에 피어나는 서로 돌봄의 공동체, 마을'이란 기조 발제와 참여자의 소감 나누기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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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코로나 블루의 버팀목"

첫번째 발표를 맡은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은 은평구의 작은 도서관 사례를 통해 코로나 우울증에 걸린 돌봄 노동자를 위로해준 방법을 소개했다.

부미경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학교가 문을 닫고 교육이 부모에게 갔다. 작은 도서관을 통해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꿨다. 학교 밖 작은 도서관이 촘촘히 기능할 때 돌봄의 사회적 영역을 담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 이사장은 마을 돌봄에 대해 공공에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을 제언했다.

"돌봄 영역이야말로 손 놓을 수 없는 필수 영역이다. 코로나 시대 여성은 특수노동자가 됐다. 돌봄과 가사영역이 여전히 무급노동자가 많다. 여성에게만 책임지어졌던 영역을 제도화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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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췄는데, 발안 만세도서관은 숨 가쁘게 바빴던 이유"

조정아 발안만세도서관 활동가는 "코로나 때 모든 게 멈춰서 우리도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바쁘게 지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발안만세도서관은 2015년 발안 시장 내에 주민이 모여 만든 공간이다. 이곳을 함께 이용하는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들이 있다.

조정아 활동가는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은 중단했으나 함께한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 공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고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협력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정아 활동가는 "코로나 때 실내 공간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간을 지켰기에 사각지대에 놓일 뻔한 아이들을 마을에서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을 공유 공간을 거점으로 네트워크 해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노원구 80%가 아파트, 맞벌이 50%, 돌봄 총량을 늘려야 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정한 노원구청 아동친화경제팀장은 화성 봉담으로 오기가 어려워서 미리 녹화한 영상으로 만났다. 김 팀장은 "지역 돌봄 시설이 몇 군데 있지만 아이가 혼자서 가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최우선 과제로 우리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노원구청은 집 학교 걸어서 10분 이내에 방과 후 돌봄 시스템을 만들었다. 노원구 19동 단위에 2022년까지 총 40개소를 연다. 아파트가 80%인 자치구 특성상 아파트 1층에 전세를 얻어 '아이휴센터'를 구축했다.

아울러 돌봄 총량을 늘리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돌봄 공동체 실현을 위한 돌봄 협의체를 구성하고 돌봄 종사자와 아이들을 세밀하게 살피는 중간지원조직을 세워 노원 형 돌봄 생태계를 만들었다.

김정한 팀장은 노원구청이 선도적인 돌봄 시스템을 만든 데에는 노원구청장의 지원과 전폭적 관심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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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건 어떨까?"

유은희 마션테이블 대표는 처음에 좋은 먹거리를 고민하다가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마션테이블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은희 대표는 "함께 모여서 일상을 나누고 여러 다양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마을 부엌이 있으면 어떨까? 에서 시작했다"라며 "작년 사업을 시작할 때 혼밥족을 모아서 함께 요리를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마션테이블은 방학 때 먹거리에 취약한 맞벌이 자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식당도 운영했다. 이외 지역공동체에 응원하는 밥상도 제공하기도 했다.

유은희 대표는 "마을 부엌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은 작은 단위에서 접근성이 있어야 많은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페어라프 집밥학교 활동가 발표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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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학교에서 동네 언니까지 돌봄 나눠 볼까"

김유라 페어라이프 집밥학교 활동가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현수막을 10년 전 노원구에서 본 기억이 있다"라며 "화성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제야 그 말을 이해했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유라 활동가는 "코로나 이전 보육 기관이 교육기관 돌봄이 중심"이었다면 "코로나 이후 돌봄 공간은 동네 작은 공동체가 각각의 영역에서 돌봄을 고민할 수 있는 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페어라이프 집밥 학교는 방학 때 돌봄 공백기가 생긴 아이들을 대상으로 밥도 해 먹고 여행도 가는 프로그램이다. 기금이 없을 때는 뜻있는 어른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이시원 페어라이프 활동가는 "코로나로 대학도 못 나가고 동네에 있게 되면서 동네 언니로 내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을 신청해서 아이들에게 멘토도 하고 같이 놀아주면서 돈도 받는 제도를 소개했다.

"15분 내 든든한 관계망 서로 돌봄 이상적"

마지막 발제를 맡은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앞선 발제를 다 듣고 난 후 의견을 발표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작은 도서관 경우도 국가가 안 된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는 것. 애들은 굶으면 안 된다는 것. 절실하면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마을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조 교수는 "동네 언니 사례는 서로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보완하는 관계로 무척 신선하고 좋은 사례였다. 돌봄 노동에 대해 모든 걸 노동으로 생각하면 공동체에는 좀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최소한 제대로 돈을 줘야 하지만 임금과 물질적 보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닌, 세계관 자체를 바꾸는 코로나 이후의 돌봄 대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필요도 제언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결국 기본소득제도를 실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돌보는 이들을 예술가 소득처럼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후 라운드테이블로 참여자가 돌아가며 소감과 돌봄 노동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전체 진행을 맡은 임영신 페어라이프센터 센터장은 "마을공동체 돌봄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역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화성시는 80만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지역이 넓어 분절의 도시다. 걸어서 도착 가능한 곳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표가 도시정책에서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차기 포럼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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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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