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향남공감의원 박슬기 원장 (산부인과전문의)
 향남공감의원 박슬기 원장 (산부인과전문의)
ⓒ 화성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이제 산부인과 검진은 다 끝난 거죠?"
"산부인과 검진 그냥 다 해주세요."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께 매일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시 고민하게 되는데요.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들에는 생각보다 꽤나 긴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바로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은 여성 검진(부인과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해보려고 합니다.  

건강검진을 받으실 때 여성이라면 산부인과를 꼭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마다 무상으로 지원되는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입니다. 자궁경부의 세포를 작은 솔에 묻혀 슬라이드에 얇게 펴바른 뒤 현미경으로 이상세포가 없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자궁암 검사'라고 불리고, 그 이름 때문에 국가검진 이후 마치 '자궁암'에 대한 검사를 다 했다, 또는 산부인과 검진을 다 받았다라고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2년마다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을 꼬박꼬박 받으셨음에도 다른 부인과 질병이 십수년 이상 진행되어 온 것을 전혀 모르고 내원하신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만날 수 있는데요. 이는 소위 '자궁암 검사'라는 국가검진에 대한 오해 때문이며, 또한 여성생식기관 구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습니다.   

먼저 여성 국가검진의 정식명칭은 왜 '자궁암' 검사가 아닌 '자궁경부암' 검사일까요? 말 그대로, 자궁이라는 장기는 동그란 주먹 모양의 몸통 부분인 '체부'와 목처럼 길고 좁아지는 '경부'로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자궁의 체부와 경부에서 생기는 질환은 그 발생과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굳이 '경부'라는 이름을 붙여 구분해 놓은 것이지요. 그래서 국가검진인 자궁경부암 검사를 꾸준히 받으셨더라도 체부에 생기는 질환들은 이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궁경부암 검사만큼은 국가검진(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으로 다 완료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검사의 민감도, 그러니까 실제 병이 있는 사람 중에서 검사상 이상이 있을 확률은 60-80%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사상 정상이었다고 해도 발견되지 않은 세포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단일검사로 100% 질병을 골라낼 수 있는 선별검사란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불안해 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매년 꾸준히 검사를 받으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이전에 안좋은 검사결과가 있었거나 진료상 세포이상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위험도를 신중히 평가할 수 있는 다른 검사들을 병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말 방식의 세포진 검사보다 정확도가 높은 액상 세포검사,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의 유무를 확인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자궁경부를 직접 촬영하여 판독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검사 등이 권고될 수 있습니다.

더 비싼 검사가 더 좋은 검사라거나, 모두가 매년마다 이런 검사들을 전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세한 문진과 진료를 통해 꼭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자궁 검사'를 다 한 걸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자궁은 경부와 체부로 구분됩니다. 자궁경부암 검사 이외에, 자궁의 체부(몸통)에 형태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부인과 초음파 검사입니다. 초음파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이상소견 중 하나라면 자궁근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근종이란 자궁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평활근에 생기는 종물을 뜻하는데요. 35세 이상 여성의 절반 가까이에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흔해서 '물혹'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은 물혹이 아닌 근육으로 이뤄진 혹이기 때문에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궁근종이 발견된다면 그 크기가 커지거나 이로 인한 증상이 있지 않은지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합니다.

한편 자궁 바깥쪽이 평활근으로 두꺼운 벽을 이루는 것과 달리, 자궁의 안쪽 내막은 매달 월경주기에 의해 두꺼워졌다가 얇아졌다가 변화를 반복하며 실제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월경주기의 변화나 부정출혈, 월경과다나 월경통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에는 초음파를 통해 자궁내막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궁내막의 두께는 정상범위인지, 용종과 같은 이상소견은 없는지, 월경주기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월경과 관련한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검진시에 꼭 먼저 알려 주시는 것이 중요하겠죠.   

자궁 뿐 아니라, 난소 역시 여성의 생식기관 중 중요한 정기검진 대상입니다. 요즘은 난소암에 대한 위험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난소암 검사 해달라'는 말씀을 종종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흔히 '난소암 검사'라고 알고 계시는 혈액검사(CA125, CA19-9 등)는 사실 난소암 검진목적으로는 진단가치가 낮은 검사입니다. 난소 이외에 다른 장기들도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월경주기에 따라서도 쉽게 수치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질병이 없던 사람의 진단 보다는, 기존에 난소암 진단을 받은 사람의 치료효과나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목적으로서 더 의미가 있는 검사입니다.

그렇다면 난소의 검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역시 초음파로, 먼저 난소의 형태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초음파상 병변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몇 달 간격으로 추적검사를 하거나, 혈액검사로 양성-악성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이때 시행하는 혈액검사는 앞서 언급한 항목들이 아닌 '로마(ROMA)'라고 이름붙은 난소암 위험도 검사인데, 마찬가지로 초음파상 이상이 없을 때 단순히 검진목적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어떤 검사를 해야 할까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내 증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 그리고 내 몸에 대한 이해입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검사항목을 최대한 늘리고 괜찮겠지 안심하기보다는, 자세한 문진과 진료를 통해 내게 꼭 필요한 검사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비용 부담 때문에 필요한 검사를 거르지 않도록, 여성 검진에 필수적인 초음파 검사가 기본 국가검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아 국가에게 요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내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아, 최소한의 국가검진인 자궁경부암 검사조차 수년째 거르는 경우도 많은 현실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만약 이전 검진시에 경험한 불편감이 컸다면 다음 검진을 받으실 때는 크기가 작은 검사기구(질경)를 요청해 보세요. 진료대에서 긴장이 많이 되신다면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검사하는 의사와 호흡을 맞추어, 검사과정 하나 하나마다 충분한 안내와 동의 아래 진행한다면 사실 생각만큼 아프거나 힘들지만은 않으실 거에요. 무엇보다 여성 검진이란 결코 부끄러운 일도 두려운 일도 아닌, 내 스스로의 건강한 삶을 위한 주체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선택을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